故鄕(고향)
글/韶譚
우렁골 들어서니 뒷동산 잔디 할미꽃도 보이지 않고
우거진 나뭇가지 위에 까치 떼만 울어 반긴다.
길도 옛길 아니요 동네 모습도 변하여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두가 낯설기만 하다.
집집이 홀로 계신 어르신네 병든 老軀(노구)
지팡이 의지하고 북쪽 하늘 바라보며 손 주 모습 그린다.
세월이 흐르면 나도 저 모습 되려니 왠지 모르게
눈가에 뜨거운 이슬이 맺힌다.
市隱堂(시은당), 四益堂(사익당)에서 글을 읽으시고 詩 才(시재)를
주고받으시던 친지 어른 분은 멀리 떠나시고
인간 되라 사랑이 깊어 야단치시던 그 옛날이 그립다.
滯華亭(체화정)에 앉아보면 넓은 연못 중앙 작은 동산에
오리새끼 날개를 펴고 물속에 아른거리는 각색연꽃은 시 한 수로
대신 할 수 없고 말이 詩이며 글이 되는 풍류였는데
이제 솟아나는 맑은 물
지하수로 막혀 옛 모습 볼 수 없으니 너무 안타깝다.
길에 나오면 자식, 손자자랑 하시지만 밤이 되면 외로움에
전화기만 바라보며 사랑의 소식 기다려 본다.
밥통에 밥은 누렇고 냄비에 된장찌개 끓여 보지만
혼자서 무슨 맛이겠는가.
말동무 그리워 동네 백 바퀴 돌아도 시원찮으니 어찌할까?
젊어 고생하고 늙어 호강하려 했는데 젊은 사람 출세 위해
타향으로 떠나고 맛있는 음식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온 고향이 쓸쓸한 것 같아도 마음만 다독이면 낯선 곳보다
같은 피 흘러 좋고 가끔 찾아오는 동심의 친구 있어 좋구나.
한번 가는 곳은 같은 길인데 뭐 그리 미련이 많은가?
童心(동심)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흉내라도 내어 살아
人情(인정)이 무엇인가 알고 피와 흐름이 진한 것도 알고 가세나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오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