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북정맥(漢北正脈)의 位相
주지하다시피 여암 신경준의 『산경표』에 의하면 한북정맥은 백두대간의 추가령(식개산분기점)에서 백암산-적근산-대성산-수피령-복주산-광덕산-백운산-국망봉-강씨봉-청계산-운악산-수원산-죽엽산-축석령-샘내고개-호명산-사패산-도봉산-상장봉-노고산-장명산을 거쳐 한강과 임진강의 두물머리로 맥을 다하는 산줄기를 말한다.
한북정맥 동쪽의 화천, 가평, 남양주 등은 북한강과 한강의 수계에 속하고, 한북정맥 서쪽의 철원, 포천, 양주 등 임진강 지류인 한탄강 수계에 속한다. 한북정맥은 종래의 산맥개념에 의하면 ‘광주산맥’으로 부르는 산줄기로 한강 북쪽을 흐르는 산줄기이다.
이 산줄기는 남한 최북단의 정맥이고, 수도권에서 가장 근접한 산줄기로 접근이 용이한 산줄기이기도 하다. 남북분단의 상황으로 남한쪽 한북정맥종주는 대성산 자락의 수피령에서 시작하여 파주의 교하 장명산에 이르는 160여km의 산줄기를 이어 타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이와 같은 전통적인 한북정맥에 대하여 이설(異說)이 제기되고 있다. 박성태님은 전통적인 산경표와는 달리 한강봉의 한북정맥 분기점에서 꾀고리봉-장군봉-수리봉-개명산-박달산-울롱산-기간봉-보현산을 거쳐 오두산까지 이어지는 줄기를 한북정맥 본줄기로 보고, 한강봉에서 울대고개-사패산-도봉산-우이령-상장봉-솔고개-노고산-국사봉-현달산-고봉산-황룡산을 거쳐 장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도봉지맥]으로 부르고 있다.
2. 한북정맥과 지맥(支脈)들
한북정맥에서 수많은 가지 산줄기가 뻗어 가는데 우선 지도를 펼쳐놓고 눈에 들어오는 것만 하더라도 명성지맥, 화악지맥, 명지지맥, 천마지맥, 수락지맥, 왕방지맥, 감악지맥 등이 있다. 이 산줄기를 따르다보면 경기 북부의 웬만한 산줄기를 거의 섭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과연 한북정맥은 경기북부 산줄기의 모태라 할만 하다.
나는 이 지맥줄기 중 몇몇 개별 산을 중심으로 올라보기는 하였으나 산줄기를 쭉 이어서 타보지는 못하였으므로 나의 정맥/기맥 일정 중 시간을 보아 한번 이러한 지맥들을 타보고 싶은 구미가 당기는 산줄기들이다. 거리가 대개 40-50km이므로 1박을 하거나 당일산행으로 2-3구간 정도로 나누어 타볼만한 코스이다.
불/수/도/북을 하느라 털털거리면서 괜히 무릎만 망가뜨릴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지맥줄기를 타면서 산줄기의 맥을 짚어보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북정맥에서 뻗어나간 그 지맥줄기의 개요를 간단히 살펴보자.
☞ [명성지맥] : 한북정맥의 광덕산에서 박달봉-자등현-각흘산-명성산-삼각봉-여우봉-사향산-관음산-불무산-보장산을 거쳐 영평천으로 맥을 다하는 52km의 산줄기를 말한다.
☞ [화악지맥] : 한북정맥 도마치봉과 국망봉 사이의 870m분기점에서 남쪽으로 시작하여 남동쪽으로 석룡산-화악산-응봉-촉대봉-몽덕산-가덕산-북배산-계관산-월두봉-보납산을 거쳐 가평천으로 맥을 다하는 44.5km의 산줄기이다. 이 줄기 중에 소위 말하는 몽/가/북/계 종주코스가 있다.
☞ [명지지맥] : 강씨봉과 청계산 사이의 귀목봉 갈림길에서 귀목봉-명지산(3봉)-연인산-우정봉-매봉-깃대봉-대금산-불기산-주발봉-호명산-마산을 거쳐 가평의 조종천으로 맥을 다하는 41.6km의 산줄기이다.
☞ [천마지맥] : 수원산 직전의 서파에서 남쪽으로 개주산-주금산-안마봉-철마산-천마산-백봉-고래산-갑산-적갑산-예봉산-직녀봉-견우봉을 거쳐 팔당댐 부근의 한강으로 맥을 다하는 49.4km의 산줄기이다. 이 산줄기 중 주금-철마-천마와 예봉-운길은 수도권 산꾼들이 기본적으로 답파하는 종주코스이다.
☞ [수락지맥] : 한북정맥 축석령에서 남쪽으로 용암산-깃대봉-수락산-불암산-구능산-망우리고개-아차산-용마봉을 거쳐 중랑천으로 맥을 다하는 43.8km의 산줄기이다. 산꾼들은 불/수/도/북의 일환으로 불암산과 수락산을 이어타고 있다.
☞ [왕방지맥] : 한북정맥 축석령에서 북쪽으로 어야고개-회암령-해룡산-왕방산-국사봉-하늘봉-개미산을 거쳐 영평천으로 맥을 다하는 37km의 산줄기이다. 국사봉에서 소요산과 감투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갈라진다.
☞ [감악지맥] : 한강오두지맥 분기점인 한강봉에서 북쪽으로 은봉산-팔일봉-노아산-노고산-수레미고개-설미치고개-감악산-마차산-아마니고개를 거쳐 한탄강으로 맥을 다하는 39.6km의 산줄기이다.